(울산매일 2013년 12월 3일)
어머니와 어머님의 차이
허남술 울산방어진고등학교장
“어머님께서는 틈만 나면 공부해라는 말씀으로 저를 못살게 굴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치자.
이 ‘어머님’은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인지 친구의 어머니인지 알 수 없고,
살아계시는지 돌아가셨는지도 알 수가 없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 해 놓고 보면 자기를 낳아주시고 살아계신 부모는
반드시 아버지, 어머니로 불러야 한다.
이 귀한 호칭을 나에게 들을 수 있는 분은 이 세상에 단 한분씩밖에 없는 것이다.
굳이 확장하면 하느님을 믿는 분들에게 ‘하느님 아버지’가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 어머니라는 이 부름말은 어떤 말에도 비할 수 없는 가장 존귀한 극존칭이 되는 것이다.
아빠, 엄마라고 하는 말은 아버지, 어머니란 말이 어려워서 아기가 말을 배울 때 시작하는 젖먹이 말이다.
이 말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당연히 아버지, 어머니로 바꾸어 부르게 해야 한다.
부름말이 젖먹이 말을 벗어나면 그만큼 아이의 정신세계도 성장하게 된다.
심지어 작가 박범신은 그의 소설 『소금』에서 결혼한 자녀들은 아버지, 어머니 대신에
아예 부모의 이름을 부르게 하면 자녀의 독립성을 확연히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결혼을 해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빨대를 꽂고 살아가는 청춘들이 많음을
한탄해서 하는 넋두리임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어머님, 아버님’은 나를 낳아주신 분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분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다.
이를테면 결혼 후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당연히 님자를 붙여 아버님, 어머님이라 불러야 한다.
장인과 장모를 부를 때도 장인어른, 장모님보다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자연스럽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부모를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것이 바로 양성평등사회의 지향이다. 마찬가지로 절친한 친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를 수 있다.
남에게 내 아버지를 말할 때 ‘우리 아버지는’라고 해도 상관없다. 아버지 자체가 극존칭이기도 하거니와
남에게는 내 아버지를 약간은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다.
이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께서는’ 정도로 말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돌아가신 경우는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께서는’으로 하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그래도 나는 내 부모를 높여서 말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우리의 전통 호칭에 기대어야 한다.
호칭어와 지칭어에 특별히 민감했던 우리 조상들은 이를 철저히 구분해 놓고 있다.
우선 살아계신 나의 부모를 남에게 지칭할 때는 엄친(嚴親 - 엄격한 아버지)과
자친(慈親- 자상한 어머니)이라는 말을 즐겨 썼고, 돌아가신 부모는 선친(先親)과 선비(先妣)를 썼다.
이는 또 남의 부모를 높여서 부르는 걸림말(지칭어)도 만들어 놓았다.
살아 있는 남의 부모를 높여 칭할 때는 춘부장(春府丈)과 자당(慈堂)을 주로 썼고,
돌아가신 남의 부모를 높여 칭할 때는 선대인(先大人)과 선대부인(先大婦人)이라는
어려운 말을 사용하였다.
이 전통적 호칭을 사용할 때는 머릿속으로 한번 정리하고 써야 실수하지 않는다.
자신의 어머니를 일러 ‘자당’이라고 하거나 남의 아버지를 일러 ‘엄친’이라고 하면
대놓고 우사가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우리말 사용을 제대로 배운 아나운서들이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이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텔레비전에 나와서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살아계신 내 부모님을
공공연히 ‘아버님, 어머님’이라 지칭하여 본의 아닌 불효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써 본 글이다.
<김창진의 '방송언어 바로잡기'에서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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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어머님
부모(父母) 호칭엔 '님' 字 안 붙여
"예끼, 이놈 네 어미가 계모냐?"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호통을 쳤다.
"친어머니는 세상에 한 분밖에 없다. 그런데 한 분밖에 안 계신 어머니를 어머님, 어머님하고 불러?"
머쓱해진 손자. 그러나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 혼잣말, '님'자 붙이면 공경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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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장을 지낸 박중훈(朴重勳) 선생은 언어예절을 취재하던 글쓰는 이에게
'할아버지의 지적이 맞다'고 했다.
친자식이 부모를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면 부모에 대한 친근감이 줄어들게 되어
쓰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어머니는 한 분밖에 안 계신 나의 어머니를 말하고 어머님은 계모나 아내의 어머니,
즉 장모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랬다. 아들은 부모를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며느리는 어머님 아버님으로 존대했다.
며느리는 시부모에게 친근감보다는 공경 심을 앞세워야 하는 까닭에 꼭 '님' 자를 붙였다.
이때도 남들 앞에서는 시어머님 시아버님하고 호칭하지만 직접 면대할 때는
'시(媤)'자는 빼고 '님' 자만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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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은 이렇게 말씀했다. "어머니를 높여서 부른다고 어머님 하면 계모나 장모가 되고 말지요."
오늘날은 부모 호칭조차 어법에 맞게 부르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조선일보 "徐熙乾의 우리 에티겟"중에서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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