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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쁜 나라를 지나면 ‘거미의 땅’이 나타나는 3反의 시대를 살다!

야성 2016. 1. 22. 11:59

나쁜 나라를 지나면 ‘거미의 땅’이 나타나는 3反의 시대를 살다!

11 최공재 | 2016-01-18 | 조회수: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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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3反의 시대를 살고 있는 나라다.
反日, 反美, 그리고, 反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참을 수 없는 이 의식의 편협함은 80년대를 지나 21세기가 한참 지난 현재에도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의식 속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광화문에 태극기는 안 걸어도 김일성 장군 만세는 외칠 수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서울시의 시장이 되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광우병 소고기를 가지고 FTA와 SOFA, 미군철수까지 외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런 철 지난 이념은, 이념과 사상을 넘어 가장 자유로워야 할 영화계에서 더욱 극명하게 두드러진다. 선박사고로 수많은 아이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안타까운 사건을 '나쁜 나라’라는 기가 막히는 제목 아래 영화화하고, 선동용 도구로 쓰는 것에 거리낌 없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영화계다. 별 수 없다. 80년대 민주화 운동권의 망령들이 영화를 예술로서의 가치가 아닌 투쟁수단으로서의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표현의 자유와 형식의 다양성을 그 누구도 아닌 영화인들 스스로가 거세했다.

 

선거 때만 되면 이념영화들이 넘쳐나고, 상업영화에 다양한 형식을 제공해야 할 독립영화계는 전혀 독립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이념영화들만을 양산한다. 그리고, 그 패턴들은 지겨울 정도로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곤 한다. 反日이 식상해지면 反美를, 그것도 식상해지면 反 대한민국을 외치는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것이 관객의 선택을 받건 말건 그들은 그것이 중요치 않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는 그것밖에 없기에 그들은 그 따위 철 지난 것들에 의미를 둘 수 밖에는 없다.

 

세월호 문제로 시체장사를 해먹고 있는 反 대한민국이라는 주제의 '나쁜 나라’에 이어 이번에는 反美 코드에 反 자본주의를 디저트로 삼은 영화가 나왔다.


'나쁜 나라’를 지나고 나니
나타난 것은 바로 '거미의 땅’이다.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양공주’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다. 26번의 낙태를 한 바비 엄마, 미국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는 여인, 흑인 혼혈인의 삶 등을 통해 그들이 이렇게 힘든 건 역시나 국가의 문제라고 말한다. 미군들의 향락을 위해 만들어진 향락촌, 그리고 그곳에서 나라를 위해(?) 미군에게 몸을 판 양공주들을 이렇게 쓸쓸하게 만든 건 다 세상 탓이라고 영화는 주장한다.

 

과거 힘이 없고 먹을 게 없어 우리의 누이들이 몸을 팔아야 했던, 그 시대의 아픔은 기억해야 한다. 그 가난이 서러워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죽도록 일했고 결국 이 나라를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만들어냈다. 이렇게 한국은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왔다. 그런데 굳이 다시 그 상처를 긁어 생채기를 내려하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역사의 뒤안길에 있던 양공주 누님들의 아픔에 정말 동조하는 것일까? 아니. 그들은 양공주들의 진짜 아픔 따위는 안중에 없다. 그들에겐 아직 살아있는 양공주는 이념적 투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일본 위안부 문제처럼…

 

그들에게 '양공주’는 反美와 反 대한민국, 反 자본주의를 위한 최고의 무기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양공주 무기화는 이미 근 30년 전부터 사용되었다. 장길수 감독의 1991년작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한 장면을 보자.

 

 

http://blog.naver.com/cinemart2/80191356112
(출처 - 네이버 시네마트2 블로그)

 

영화의 시작은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이후부터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짧은 동영상만 봐도 뭔가 이상하다. 미군이 북한군 토벌을 위해 산으로 들어갈 때 전무송은 손창민에게 뭔가 불길하다고 말을 건네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군은 산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이혜숙을 겁탈한다.

 

그 후, 이혜숙은 도시로 내려가 양공주가 되어 미군들을 상대로 몸을 팔기 시작한다. 줄거리만 보면 천하의 죽일 놈들은 순진한 우리 누이들을 창녀로 만든 미군들인 것이다. 그렇게 우리 누이들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양공주도 마다하지 않던 강한 여인들이 아니라 미군에게 겁탈당하고 양공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여인들로 전락했다.

 

거기에 적절히 버무려진 민족주의는 '빨치산도 우리의 형제다’와 함께 우리 누이들을 겁탈한 미제국주의자들을 반드시 처단해야 할 이유와 분노를 제공한다. 그렇게 생성된 분노는 反美와 反 대한민국의 투쟁 이유로 극대화되어 효순이 미선이, 광우병 사건 같은 경우가 발생했을 때 폭발되어 대한민국을 마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투쟁수단으로서 영화를 선택한 그들에게 '양공주’의 어두운 그림자 역시 그렇게 분노를 극대화시켜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소모품일 뿐이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한 장면. 왼쪽부터 방은희, 이혜숙, 김보연)

 

양공주라고 돌팔매질을 해대던 그 잘난 민족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따윈 들리지 않는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빨갱이던 빨치산이던 다 안아줘야 하니 그 탓을 남에게 돌린다. 영화적으로만 보더라도 차라리 이혜숙이 그렇게 당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그녀가 아이들을 먹여 살릴 방법을 찾아 줬다면 그녀가 양공주가 되었을까? 어쩌면 양공주를 그렇게 만든 건 미군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나 어울릴 '한민족’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민족주의자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이 영화에서처럼 양공주는 역사의 희생양이자 간악한 정부의 피해자일까? 한국전쟁 때의 군인처럼, 중동건설현장의 노동자처럼,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처럼, 봉제공장의 여공들처럼 그들 역시도 가난하고 먹을 것 없고 배울 수 없었던 시대에 온 몸으로 부딪히며 대한민국을 일군 영웅들이다.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기지촌으로, 아메리카타운으로 내몬 것은 바로 말로는 평등을 부르짖으면서 민족주의에 함몰되어 빠져 우리민족끼리만을 외쳐대는 족속들이다. 자랑스러운 한민족이 그런 양키들과 몸을 섞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인간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그런 족속의 자손과 제자들이 힘겹게 삶을 살아온 그녀들을 위한다는 가증스러운 핑계로 그녀들을 피해자로 몰아붙이며 이 따위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전북 군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그곳에 위치한 미 공군부대와 양키시장의 양공주들을 보면서 자라왔다.

 

그런 내가 기억하는 양공주들의 모습은 희생양이나 피해자 등의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온갖 손가락질과 따가운 시선에도 미래에 대한 꿈을 내려놓지 않고 꿋꿋이 자식들을 키워내는 당차고 강한 여인들이었다. 그들의 적은 미국도, 국가도 아닌 바로 옆집에 살던 우리들 자신이었다.

 

정말 이 땅의 양공주들을 위한다면 차라리 시대의 어려움과 아픔을 견디고 살아 온 그녀들의 수고를 다독여주는 것이 어떨까?

 

힘들었던 시기, 미개했던 시기에 온 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인 그녀들. 그녀들에게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던졌던 손가락질과 돌팔매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그녀들이 만들었던 대한민국의 일부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것이 그녀들을 위하는 것이 아닐까?

 

제발, 자신들의 이념을 위해 깊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던 그녀들의 아픔을 꺼내지 말자.

 

자신들이 만든 나쁜 나라를 떠나봤자 나오는 것은 '거미의 땅’이다. 그리고, 그 거미줄은 누구도 아닌 철 지난 사상놀음에 문화예술을 이용하는 386 운동권 세대와 그 것에 동조하는 한심한 문화인들이 스스로 쳐놓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양심이 있다면 그런 거미의 땅에서 그녀들을 꺼내놓길 바란다.

물론, 그대들도 빠져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진심으로……

 


('거미의 땅’의 한 장면)

 

 

 

최공재 | 영화감독

출처 : 파독광부간호사
글쓴이 : 옥천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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